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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by others 2010. 12. 27. 13:53

유리벽 안에 새들이 갇혀 있는 카페였다. 나는 스무 살이었고 누군가
를 기다리고 있었다. 답답했다. 유리를 깨고 새들을 모두 날려 보내고
나도 달아나고 싶었다. 무엇인가가 나를 그곳에 묶어두었다. 그건 오
지 않는 사람이었다. 너무 길고 깊고 아득한 기다림이었다. 내가 얼마
나 기다렸는지, 기다리던 사람이 끝내 왔는지 안 왔는지,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기다리던 시간은 내 모든 세포에
각인되었다. 기다리는 것은 기다리는 동안 결코 오지 않는다. 아무리
빨리 와도 언제나 너무 늦다. 기다리는 시간이 십 분이라 해도 그 사이
에 계절이 수없이 바뀐다. 나의 마음은 끝이 난다. 끝나고 나면, 기다
리던 무엇이 오든 말든 상관이 없어진다. 기다리던 무엇이 무엇이었
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언젠가 이 길지 않은 생의 마지막에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 무
엇이었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건 기다림이었다고 나는 대답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마음에 갇혀 있던 새들을 다 날려 보냈다고. 그
리하여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되었다고.

기다림 - 황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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