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에피소드.1

from blah blah 2009. 2. 7. 19:06


 

우리 아부지는 굉장히 무뚝뚝하시다. 게다가 굉장히 재미없으시며, 썰렁한 개그센스의 소유자시다.
또한 인사치레로 가끔 호언을 하시지만, 그마저도 백퍼 진심이 아님을 나를 비롯한 온가족이 알고있다. 
하나뿐인 아들에게 '역'멘토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계신셈이다.
(물론 아이러브마이파더)
이하는 이런 아버지와의 재미없는 에피소드



2주전쯤인가.. 눈이 펑펑 쏟아지던 밤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눈 쏟아지고 잠시 멈춘상태
가족들과의 극장구경 후에 서로 영화평론을 해가며 집에서 사과를 줏어먹고 있었다.
그러던중 뭔가 급 생각나신 아부지.
담날에 결혼식에 가야한다며 갑자기 화장실에서 물을 받으신다.
어차피 또 눈올거라며 만류하시는 오마니를 뿌리치고 굳이 세차하러 가시는 아부지.......
예의상 한번 만류하고는 각자 볼일 보는 누나와 나 -_-)
넘치는 아버지의 애마사랑, 주유소 세차는 기스난대나 어쩐대나.....

암튼 그렇게 내려보내고는 10분정도가 흘렀다.
갑자기 뭔가를 찾으시는 오마니,
감기약봉지를 차에 두고 오신거 같았다.
'홍, 차에 가서 약봉지 좀 가져와라'
'아~ 그런거 잘 좀 챙기지~' 라며 투덜투덜
난 살짝 불안해졌다.

맨발에 슬리퍼 끌고 나갔다. 이 정체모를 불안감....
아니나다를까 차에 가니 아버지가 나를 반기셨다.
여태컷 가식의 접대용 웃음은 수백번 봐왔지만, 진심으로 웃고 계셨다.
난 아부지가 글케 좋아하는건 태어나서 처음 봤다.(진짜다)

'웃고 있다. 그것도 겁나.....'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당황하기 시작하는 나)
해맑게 웃으시는 아부지한테 약 찾으러 왔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내 발을 보시더니,
'너 왜 그러고 나왔냐? 좀 따뜻하게 입고 나오지 그랬냐'
'아 뭐 그냥... @#$$%^$%^@#@$%$%#5'    얼버무렸다.

그리고는 새벽에 눈쌓인 주차장에서 
부자는 세차를 했다(.......................)



#_그닥 재미는 없지만, 울 엄니랑 누나, 고모는 자지러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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